매년 6월이 오면 필자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큰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인 6.25전쟁과 죽어서도 나라를 보호하고 있는 호국영령(護國英靈)들의 숭고한 넋이 떠오른다. 전쟁으로 죽은 자가 남북한 합쳐서 300여만명, 세계 역사상 단일지역에서 발생한 전쟁으로는 유례가 드문 참혹한 전쟁으로 기록되고 있다.

당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殉國先烈)들이 호국영령이 된 지 벌써 58년. 당시 태어난 유복자들은 지금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며,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미망인들은 팔순을 넘기고 있다.

우리나라는 반도국가라는 지정학적 특성으로 인해 역사 이래 한나라, 수나라, 당나라에 이어 거란·여진·몽골족, 청나라 등 중국대륙에서 태동했던 국가와 부족 그리고 왜국인 일본 등 외세로부터 수많은 침략을 받았지만 굳건한 호국정신으로 국난을 슬기롭게 극복해 왔다. 이 또한 세계사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만의 역사이기도 하다.

밟을수록 짙어지는 끈질길 생명력을 가진 풀물의 색 잡초처럼 일제치하에서 조국의 광복을, 6.25전쟁에서는 국가와 자유수호를 위해 목숨을 던진 순국열사가, 자유당 시대 4.19의거와 군사독재시대 5.18 광주민주화운동, 6.10 민중항쟁 등 민주화를 위해 희생된 애국지사들의 영령이 있었기에 우리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아직도 국가와 자유수호를 위해 희생된 전몰군경에 대한 국가와 사회의 관심은 부족하다. 한 명의 미군 전사자 유해라도 더 찾겠다고 지구촌 어디든지 심지어 서울 한강까지 뒤지겠다는 그들의 열성을 볼 때 전국의 산야 우거진 수풀 속에는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채 이름 모를 목비(木碑)를 위안 삼아 잠들어 있는 호국영령들을 생각할 때면 당시 육군 소위였던 한명희 씨의 시 비목(碑木)이 필자의 가슴을 적셔준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양지 녘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비목이여, 먼 고향 초동친구 두고 온 하늘가, 그리워 마디마디 이끼 돼 맺혔네.”

호국보훈의 달! 이 나라를 제대로 바라보는 눈이 필요할 때이다, 조류 인플레인자가 전국을 휩쓸더니, 새 정부 출범 이후 최대의 난제인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로 인한 촛불집회가 전국을 요동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이 늦어지고 있어 흩어지는 민심이 안타깝기만 하고 호국영령들을 뵐 면목이 없다.

‘하늘은 견딜 수 있는 자에게 시련을 준다’라는 말이 있다. 흩어진 민심을 모으고 잠재된 국민의 무한한 발전 에너지를 한데 모으는 것이야말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오늘날 우리의 올바른 자화상이 아닐까 생각된다.

며칠 전 수원시 현충탑에서 열렸던 제53회 현충일 추념식 때 낭송 되었던 ‘넋은 별이 되고’라는 추모헌시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작은 몸짓에도 흔들리는 조국의 운명 앞에 꺼져가는 마지막 불씨를 지피려 뜨거운 피 쏟으며 지켜낸 이 땅엔 당신의 아들딸들이 주인 돼 살고 있습니다. 그 무엇으로 바꿀 수 있었으리오 주저 없이 조국에 태워버린 당신의 영혼들이 거름이 돼 지금 화려한 꽃으로 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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