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나 함께 일해 본 인재들 중에 김상현 군이 가장 크리스천다운 일꾼인 듯싶습니다. 그는 몸 전체가 봉사 정신으로 무장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의과대학생들과 간호대학생들과 약대생들을 모아 〈송정 의료 봉사단〉을 조직하여 빈민촌 주민들에게 의료 봉사를 매주 실천하였습니다.

신기하게도 그의 진료를 받고 병 낫는 사람들이 날로 많아지게 되니 주민들이 그를 칭찬하여 신의(神醫)라 칭송하는 정도였습니다.

우리는 농담을 섞어 표현하기를 김상현 군은 분명히 돌팔이 의사인데도 배 아픈데 아까징끼를 발라도 낫고, 머리 아픈데 소화제를 먹여도 환자가 낫게 되니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는 말로 함께 웃곤 하였습니다.

그때 활약하였던 〈송정 의료 봉사단〉에서 봉사 활동하였던 고마운 분들을 동두천 두레마을에 모두 초청하여 산돼지 바베큐 잔치로 대접할 생각입니다.

김상현 군은 의료 봉사로 도와주고 제정구 군은 야학과 넝마주이 총무로 밤낮없이 봉사하였는데 제정구 군은 정직하고 부지런한데다 리더십이 탁월하여 장차 대통령 감이라 여겨져 넝마주이 통을 맨 채로 뚝섬 지역을 함께 돌며 찐한 이야기를 나누며 지났습니다.

그런데 그가 어느 날 나에게 심각하고 진지한 얼굴로 세례 받겠다기에 나는 내심 놀라면서 "아니 제국주의 앞잡이 될려 그러느냐?"고 웃으며 물었더니 기독교 복음의 진수를 깨닫게 되었다면서 형님께 세례 받겠다기에 온 교인이 축복하는 가운데 세례식을 베풀었습니다.

세례 받은 후에 막걸리 대포 한 잔을 나누면서 그는 내게 물었습니다. "어쩜 예수 믿으란 소릴 한 번도 안할 수 있느냐"고 투정 조로 묻기에 일러 주었습니다.

"자네가 예수 믿으란다고 믿을 사람인가? 자네 마음속에 복음이 저절로 자리 잡게 되기를 기도하며 기다린 거제."

그런데 제정구 군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담배였습니다. 식사만 마치면 즉시 밖으로 나가 담배를 피우고 들어오고 하기에 담배를 제발 끊으라 권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기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담배를 피웠으니 담배만큼은 이해해 달라 하면서 "식후 불연(不燃)이면 3초 안에 심장사(心臟死)"라 하며 담배 피우기를 정리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로 인하여 그는 폐암으로 한창 일할 나이에 숨을 거두었습니다. 그것도 국회에 들어가 3선 의원으로 장래가 촉망되던 나이에 이승을 떠나 저승으로 갔습니다.

지금은 하나님의 품에서 안식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가 임종하는 자리에서 남양만에서 농사일 하고 있는 시간에 연락이 왔습니다.

제정구 의원이 숨을 거두기 전에 김진홍 목사를 보고 싶다 한다는 연락이 왔기에 하던 일을 멈추고 부랴부랴 갔습니다.

임종하는 자리에 갔더니 내 설교 테이프를 틀어 놓고 들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나를 보자 밝은 얼굴로 한마디 마지막 말을 남겼습니다.

"형님, 좋은 세상 만들고 싶었는데..."  (계속)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