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이 돋는 활기찬 봄기운이 세상을 밝게 한다’는 ‘춘광만리(春光萬里)’의 계절이다.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도 코앞이다. 

이때쯤이면 봄나물도 얼굴을 내민다. 지금이야 사시사철 지천이지만 그리 오래지 않은 시절까지 제철에만 볼 수 있어 귀한 대접을 받았다. 

그중 제일 먼저 밥상에 오른 봄나물은 냉이다. 

겨울의 냉기를 걷어내는 강함으로 푸르름을 선사하면서 영양도 으뜸이어서였다.

얼었던 땅을 뚫고 꽃샘추위도 밀어내고 새봄을 길어 올리는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해서 더 그랬다.

냉이는 추운 날씨와 거친 땅에서 오히려 깊게 뿌리를 박는다. 

그래서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냉이를 겨울에도 얼어 죽지 않는다는 의미의 '동불사'라 기록하고 있다. 강한 생명력의 표현이다. 

그런가 하면 영어로 냉이의 꽃말은 'MOTHER's Heart'로 '어머니의 마음'이다.

삶의 고난 속에서도 자식과 가족에게 사랑을 베푼다는 의미다.  

봄나물이 어디 냉이뿐이랴.

예부터 궁중에서도 입춘에 아직 채 녹지 않은 눈 밑에서 캔 움파, 산갓, 당귀싹 등 햇나물을 오신반(五辛盤)이라 하여 수라상에 올렸다. 

'동국세시기'에는 그런 나물이 양근, 지평, 포천 등 경기도의 산골마을에서 진상되었다고 적고 있다.

이것 말고도 제철에 먹는 봄나물은 10가지가 넘는다. 

씀바귀, 쑥, 원추리, 취나물, 도라지, 두릅, 더덕, 달래, 돌미나리, 부추 등등.

120여 년전,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을 영문(The Cloud Dream of the Nine)으로 번역해 서양에 한국 문학을 처음 알린 캐나다 출신 제임스 게일(James S. Gale, 1863∼1937) 선교사. 그의 회고록에도 이런 우리의 나물들이 언급돼 있다.

 ‘먹을 수 있는 나물의 가짓수를 한국 사람만큼 많이 알고 있는 민족도 없을 것’이라 적고 있어서다. 

특히 서양에서는 독초로 분류돼 가축도 안 먹이는 고사리를 물에 우려 독을 빼가면서까지 먹는 한국인의 지혜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는 내용이 있을 정도다. 

봄이 되면 절식(節食)으로 여기며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봄나물 계절이 어김없이 우리 곁에 왔다.

제철음식 또는 건강식품으로, 사계절이 없는 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고 절대 맛볼 수 없는 다양한 나물들의 천국 답다.

둘러봐도 답답한 세상, 이번 주말 저녁만이라도 산뜻한 봄나물로 위안을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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