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0번이 고재봉에게 처음 예수에 대하여 설명할 때에는 마치 이리처럼 어금니를 물고 반발하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인수 대령이 정성을 다하여 그의 상처 받은 영혼을 위로하며 기도드리기를 계속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중에 고재봉이 그를 깨우고는 "나 같은 불량한 사람도 예수님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하고 물었습니다. 

그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고재봉은 이인수 대령이 권면을 따라 예수님을 영접하고는 회개와 감사의 눈물을 흘린 후 전도자로 바뀌었습니다. 

그가 형이 집행되기 전 무려 100명이 넘는 동료 죄수들을 예수님께로 인도하였습니다. 

복음의 능력이요, 예수님의 사랑의 힘입니다.

어느 날 서울구치소에서 안양교도소로 옮겨졌습니다. 

안양교도소는 누범자 4300여명이 수감되어 있는 유별난 교도소였습니다. 

그곳에서 신실한 크리스천인 원충연 대령을 만났습니다. 

그는 기독교반 반장이었습니다. 

한국 교도소에는 종교반이 있어 기독교반, 불교반, 천주교반 3 종교반이 있어 재소자들이 자기가 원하는 반에 속하여 신앙생활을 하게 하였습니다. 

각 반에 속한 숫자가 대략 4대 2대 1 비율이었습니다. 

기독교반이 400명이면 불교반이 200명, 천주교반이 100명 수준이었습니다. 

이 비율이 아마 우리나라 종교 인구의 비율일 듯합니다.

기독교반 반장인 원충연 대령은 사형수로 지나다가 무기수로 감형된 분으로 그 인격이 고상하여 동료 재소자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하루는 운동장에서 운동하는 시간에 그에게 물었습니다.

"원 대령님, 같은 빵잽이(재소자들을 부르는 감옥 안의 은어)들끼리 어찌 그렇게 존경을 받습니까? 나는 성직자이지만 신도들로부터 그만한 존경을 받지 못하는데 그렇게 존경 받을 수 있는 Know-how가 무엇인지요?"

나의 물음에 원충연 대령이 진지한 얼굴로 답하였습니다.

"73번 선생님, 내가 동료 재소자들로부터 존경 받는 것은 내 인격이 훌륭하거나 내 신앙이 깊어 존경 받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그렇게 존경 받는 이유가 무엇이요? 좀 배웁시다."

그랬더니 그가 자신의 간증을 들려주었습니다.

"나는 박정희 장군의 공보실장이었습니다"

"아니 공보실장이라면 직계 중의 직계일 텐데 왜 무기수로 징역 살고 있는 거예요?" 

"예, 이야기가 깁니다. 저의 아버지가 독립운동하다 일본 순사 고문에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는 전도사가 되어 전라남도 강진에서 교회 전도사로 섬기며 나를 길렀습니다. 내가 자랄 때 어머니는 항상 내게 이르시기를 충연아, 너는 나중에 하나님의 일꾼이 되어 하나님의 일을 하여야지 세상으로 나가면 안 된다."고 일러 주었습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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