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교인들의 일터를 찾아가서는 함께 고추밭을 매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두 시간 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가정의 기도 제목을 알게 됩니다. 얼마 후에 참이 나옵니다. 참을 받아 놓고 그 가정을 위해 간절히 기도드리고는 다른 일터로 옮깁니다.

이번에는 모내기 하는 자리로 가서 함께 모심기를 합니다. 두 시간 가량 일하면 점심이 나옵니다. 모심기 철이 되면 일터인 논둑에서 점심을 먹습니다.

점심상을 받아 놓고 함께 일하던 농부들 한 명 한 명 이름을 수첩에 적고는 그들 이름을 부르며 축복 기도를 드립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분들도 이름을 부르며 축복 기도를 해드리면 좋아합니다.

점심 식사 후에는 다시 다른 농장으로 옮깁니다. 그렇게 하니 하루에 3가정 정도 교제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런 날들이 계속되니 마을에 소문이 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주민들과의 스킨십이 좋아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자기네들끼리 말하곤 하였습니다.

"이번에 새로 온 목회자는 이전 목사들과는 다르데... 이전 목사들은 노상 넥타이 매고 성경 들고 땅바닥만 내려다보며 다녔는데 이번 목사는 다르데. 일할 줄 모르긴 하드만. 그래도 호미 들고 집집마다 일해주러 다니드만..."

그렇게 소문나게 되니 하루는 할머니 한 분이 저녁나절 사택에 찾아와서는 말했습니다.

"예배당 선생님요, 낼 우리 집에 와서 콩밭 매는 거 좀 거들어 주실라요. 아들이 군에 가고 영감, 할마시 둘이 농사짓는데 힘들어서 그라요."

"예, 할머니 도와 드리지요. 와서 부탁해 주시니 고맙구먼요."

이러고는 다음 날 아침나절 할머니 댁으로 가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콩밭을 맵니다.

들에서 점심 먹고 오후에도 밭매기를 하고 저녁에 칼국수까지 대접받고는 헤어지기 전에 군에 간 아들 위하여 간절히 기도드리고 옵니다.

그런 날들이 이어지니 마을 노인들 사이에서 교회에 대한 분위기가 좋아져 갑니다. 목단교회가 있는 지역의 마을이 다섯 마을이었습니다.

다섯 마을에 살고 있는 65세 이상 노인들의 숫자를 파악하니 37명이었습니다. 하루는 대구로 가서 통닭 40마리를 구입하여 사과상자 둘에 싣고 와서 교회 마당에 멍석을 깔고는 가마솥에 닭곰탕을 끓였습니다.

그리고는 37명 노인 모두들을 초청하여 잔치를 열었습니다.

잔치 후 편을 갈라 윷놀이를 하고는 진 편에 노래 한 곡조씩 하라 일렀더니 노인들이 신바람이 나서 울산아가씨, 앵두나무 우물가에, 신라의 달밤 등으로 흥겨운 노래판이 벌어졌습니다.

그렇게 흥겹게 놀고 헤어지면서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야 이 사람들아, 예배당이 고리타분한 곳인 줄 알았더니 그기 아니잖아. 우리 경로당에서 졸고 있느니 예배당 다니세."

그런 뒤에 노인 교인들이 늘기 시작하였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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