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초까지 기승을 부리며 사람을 괴롭힌 토종 빈대는 사라진지 오래다.

살충제 DDT영향이다. 하지만 40여년만에 살충제 내성을 가진 빈대가 최근 국내 곳곳에서 다시 출몰, 지자체마다 비상이 걸렸다. 

'빈대의 역습'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확산세도 빠르다.

빈대는 크고작은 피해로 인한 예부터 관련 속어와 속담이 많다.

'빈대 붙는다' '빈대도 낯짝이 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 등등 대부분 부정적 표현이다.

'빈대'하면 섬뜩함이 동반됨은 '피'와 연관이 있어서다. 빈대는 수액을 먹지 않는다. 같은 흡혈 생물인 벼룩, 모기, 거머리와 다른 점이다.

때문에 동물 피를 빨지 않으면 굶어 죽는다. 이를 빗댄 속어도 생겨났다.

국어대사전에 명시돼 있는 갈보다. 갈보는 '몸파는 유녀'를 이르는 속된 말인데 피를 빠는 빈대에서 유래됐다.

습성은 야행성이다. 낮에는 철저하게 어두운 곳에 숨고 밤에 나와 흡혈하는데 번식 속도 또한 엄청나다.

은폐처도 따뜻한 방 벽틈, 침대 이음새를 최적으로 삼는다. 영문 '베드버그(bed bug)'란 이름도 그래서 생겼다.

빈대는 박멸하기 어려운 해충 중 하나로 꼽힌다. 따라서 서양에서는 빈대가 발생하면 재난으로 간주한다.

치명적인 전염병을 옮기진 않지만, 한번 물리면 가려움은 물론이고 후유증도 심각하다.

심한 경우 시도 때도 없이 온몸에서 빈대가 스멀스멀 기어가는 듯한 환촉(幻觸), 즉 촉각영역의 환각까지 생긴다고 한다.

이는 코카인 환각증상과 비교될 정도라니 끔찍하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빈대물림은 가려움, 감염, 알레르기보다 정신적인 피해를 더 큰 해악으로 지적한다.

인류의 동굴생활 때부터 함께 거주했다는 빈대,  지금은 특별한 살충제가 없을 정도로 내성을 키운 것으로 명성(?)이 높다.

살아있는 해충 화석이라 불리는 바퀴벌레에 버금간다고 한다.

생존방법도 기발한 면이 많다.

기어오름 방지를 위해 침대 다리에 끈끈이를 붙여도 벽을 타고 천장에 올라 침대위로 낙하는 수법을 쓴다. 가히 천재적이다.

생명력도 강하다. 300일동안 피를 굶어도 생존이 가능하다니 놀랍다.  

딱히 박멸 방법이 없는 까닭에 50도 이상 고열로 태우거나 가구 침대 매트리스 등을 교체, 혹은 통째로 '밀봉'해야 한다니 이 또한  '난망' 그 자체다.

오죽하면 "빈대 미워 집에 불 놓는다.", "집이 타도 빈대 죽으니 좋다."라는 농담이 생겨났을까.

얼마전, 프랑스가 2024년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빈대가 지속적으로 출몰, 비상이 걸린데 이어 국내도 빈대 확산에 난리다. 

일부에선 빈대 전파 우려에 택배 수취 거부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국제 택배에서 딸려들어왔다는 분석때문이다.

빈대가 출몰한 지역도 전국으로 확산중이다. 빈대 청정국의 굴욕이며 빈대 '팬데믹'이나 마찬가지다.

이럴 때일수록 평소 빈대가 접근할 수 없는 환경을 만드는 게 최선의 예방책이다.

청정(淸淨)은 그 중 첫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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