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시간은 멈추지 않고 어김 없이 역사의 뒤안길로 떠나나보다. 2023 계묘년도 12월 달력 끝자락에 매달렸다. 지나온 시간들, 올해는 아무리 곱씹어 봐도 나에겐 자랑거리가 없다.

나름 분주히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성취한 것 또한 별반 없다. 계사(癸巳)생, 나이탓이려니 후한 점수를 줘도 마찬가지다. 너그러운 눈빛으로 보려 해도 역시 후회가 더 많다. 360여 일의 여정이 때론 화려한 듯했으나 곰곰이 뜯어보면 오히려 초라함이 더 많은 것도 이 때문일 게다.

내 스스로 올해를 얼마나 멋지게 살았는지 다시 돌아보았다. 혹여 ‘남을 탓하지 않았나’ 반성하며 1년 동안 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도 되짚어 봤다. 다른 사람에게 어떤 행복을 안겨줬는지도 스스로 떠올려 봤다.

부쩍 잠을 설치는 밤이 많아지는 요즘은 더 그랬다. 더불어 ‘오만가지 잡생각’도 함께 하면서 1년을 보낸 나를 만나 보았지만 역시 ‘아니올시다’다.

그러면서 한 해의 끝이 다가올수록 공연히 마음만 바빠진다. 한 살이 더해진다는 조급함도 있고 이루지 못한 일에 대한 아쉬움이 큰 탓이다. 연 초에 기원했던 소망들을 되돌아 봤다.

행복을 최우선 순위에 놓았었다. 가정의 화목함도 그중 하나였다. 물질의 풍요로움이 이루어져 넉넉한 삶도 바랐다. 또 범사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사랑을 키워가며 여유를 갖게 해달라는 것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러나 기원은 희망사항으로 끝난 것 같다. 오히려 삶에 짓눌려 자신을 돌아볼 여유조차 갖지 못한 채 바람같이 지나고 말았다. 

‘한 해의 마지막에 가서 그 해의 처음보다 더 나아진 자신을 발견하는 것을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라고 톨스토이는 말했다.

비슷한 행복은 고사하고 날이 갈수록 의지는 약해지고 아무리 돌아보아도 지나간 날짜조차 가물가물할 뿐이다. 하루도, 일년도, 인생도 그리 길지 못하니 겉과 속을 같게 하여 정말 부지런히 살아야 하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잃어버리는 게 있으면 분명 얻는 것이 있는 게 우리네 인생사다. 때문에 가는 해를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아쉬움과 실망으로만 보낼 수는 없다. 최소한 잃어버린 것들의 소중함을 깨달은 것도 한 얻음일 수 있어서다.

내년엔 올해보다 더 많은 희망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짧은 한 해의 마지막 12월. 일주일이나 남았으니 회상과 정리의 시간은 아직도 충분한 것 같다.  

고마운 사람에 대한 감사와 축복을 나누는 일 하나라도 실천해 보자. 훨씬 가벼워진 마음으로 2024 갑진년 (甲辰年)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