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의 역사는 이집트의 왕조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지만 용도가 지금과 많이 달랐다.

잠을 자는데 사용 했다기보다 그 위에서 식사를 하거나 사교를 위한 소파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리스시대까지 사용한 일명 목베개라 불리는 헤드레스트를 갖춘 사각형 간소 침대가 대표적이다.

로마시대 상류계급 저택의 식당에 놓여있는 청동이나 대리석으로 만든 호화스런 탁자형 침대를 상상하면 이해가 된다.

사회학자들은 '잠자리'로서 귀족들 사이에서 본격 침대가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15세기 르네상스시대라고 한다.

그리고 당시 침대는 지배자 및 사회적 권위를 나타내기 위한 것으로도 이용됐다. 

호화로운 무늬를 넣어 짠 커튼을 드리우고 헤드보드에는 화려한 조각을 하여, 전체를 대좌(臺座) 위에 올려 놓은 형태였다.  

침실이 공적인 알현(謁見) 장소로 사용되었음을 의미한다. 군주가 사용하는 ‘권위의 침대' 귀부인들을 위한 ‘공비(公妃)의 침대'란 말도 이때 나왔다. 때문에 침대는 일반 대중이 사용하지 못했다.

침대의 확산은 18세기부터다. '사생활'에 대한 개념이 본격화된 시기와 맞물려 있다고 한다. 일반 주택에서도 개인별, 용도별 공간이 구분되자 침대 사용문화가 확산됐다는 것이다. 

이 시기 1인용 침대가 생겨나고 쿠션과 화려한 장식을 한 침대가 등장했다. 또한 보온을 위해 천장에서부터 커튼을 내리고 그 안에 목제 침대를 설치한것도 이때다.

유럽에서는 4개의 조각된 기둥으로 천개를 떠받친 형식의 침대도 유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15~17세기처럼 권위를 위한 것보다 우아한 형태의 침대가 대거 등장했다.

일명 ‘천사의 침대’ ‘폴로네즈의 침대’ ‘알코브 침대’ ‘왕관침대’라는 명칭도 생겼다. 

서양에서 생겨난 침대는 사실 고려시대에도 있었다. 온돌 위에 올려놓고 잠을 자던 '침상'이 그것이다. 형태는 다르지만 용도는 마찬가지다. 'K-침대'인 '돌침대'의 원조로 불린다. 

30년전 나온 광고 카피지만 지금도 낯이 설지 않은 문구가 있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당시 중소업체였던 에이스침대는 이 광고로 일약 업계 1위에 등극했다. 

이어 침대가 인체·수면공학으로 만들어지는 과학적 제품이라는 점이 소비자에게 각인되며 고급화에 가속이 붙었다. 덩달아 프리미엄 제품생산의 길도 열렸다.

찾는 소비자들도 늘면서 주문제작 형태의 고가 침대도 속속 등장했다. 

최근 12억원짜리 침대가 세간에 화제다. 

유명 연예인이 사용한다고 해서 ‘제니 침대’, ‘아이유 침대’로 유명세를 탄 이 '억!' 소리나는 침대는 ‘침대계의 롤스로이스’라 불리는 수입품이다. 

뿐만 아니라 이를 제작한 172년 역사 스웨덴 침대 회사의 제품들이, 2인용 가격 최소 3~5000만원은 기본이며 4억원은 보통, 100% 수작업에 주문 배송까지 6개월 이상 걸린다니 서민으로선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도 주문이 밀린다는 소식이다.

포근하고 안락해야 할 '잠자리'조차 양극화로 치닫는 것같아 안타깝고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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