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不惑)·지천명(知天命)' 2500년전 공자가 설파한 '40·50' 의 별칭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불혹은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지천명은 하늘의 명을 알았다는 뜻이다. 

수명이 길지 않던 시대 비유적인 말이지만, 오늘날에 와서도 왠지 연륜이 묻어난다.하지만 100세시대 '4050세대'를 노장 그룹으로 부르기엔 어색하다. 고령사회가 되면서 '불혹 지천명' 같은 달관된 역할 대신 생활인으로서의 구실과 책임이 더 따르고 있어서다. 그만큼 아직은 젊고, 역동적인 때라는 의미도 된다.

그래서 인생의 황금기라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4050세대'에 진입하면 역량도 쌓이고, 경제력 외에 이런저런 권한도 더 생긴다고 해서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양지(陽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출이 늘어나고 자녀 학비도 만만찮게 든다. 영끌족은 주택비용에 허덕이고, 경조사비도 수월찮이 나간다. 이것저것 챙겨야 할 부모님도 신경써야 한다.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에도 투자해야 한다. 겉으론 생활수준이 나아지고 소득이 늘어났다지만  두 어깨에 느껴지는 삶의 무게는 '측정불가'에 가깝다. 

어디 그뿐인가. '4050세대'들은 경제에서 중추지만 생업에서 밀려나는 추세도 빠르다. 직장인이라면 '명퇴'를 걱정해야 하고, 소상공인이라면 휴폐업을 고민해야 한다. 일예로 지난해 '4050 비자발적‘ 퇴직자가  48만8544명으로 5년 만에 제일 많았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니 설명이 필요 없다.

최근 우리나라 중위 나이가 46세라는 조사가 나왔다. 이를 볼 때 '4050세대'는 정치·사회·경제적으로나 중심부를 차지하는 허리 세대다. 우리나라 총인구의 33.2%를 차지한다. 

하지만 각종 통계수치가 보여주는 요즘 '4050세대'의 현실은 매우 우울하다. 앞서 지적했듯 고용이나 취업 감소율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 그런데도 재취업이나 재창업, 노후 설계와 부채 관리 등 이른바 '4050세대'를 위한 복지 시스템은 열악하다. 

지난해 '4050세대' 중장년층 캥거루족의 증가율이 50%가 훌쩍 넘어 증가세가 두드러졌다는 사실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유가 거듭된 취업 실패 경험이 중년의 캥거루족을 낳았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사회엔 청년 일자리와 고령 일자리는 있지만, 경력이 없는 중·장년이 취업할 곳은 제한적이다. 해서 '4050세대'는 실업 상태가 길어졌을 때 사회 복귀 장벽도 그만큼 두터워진다.

대한민국 전 연령층을 통틀어 전후(戰後) 성장과 발전 같은 명제에 삶을 걸었던 '6070 베이비붐 세대'가 주역에서 물러난지 오래다. 그런가 하면 최근엔 ‘디지털 원주민’이라 불리는'MZ세대', 즉 밀레니엄·Z세대가 주축으로 부상했다. 

경제든 문화든 심지어 정치까지 사람들의 관심은 온통 이들에 꽂혀 있다. 그러는 사이 '낀 세대'로 전락중인 '4050세대'. 인생 2막 세컨드 라이프 설계는 고사하고 현실에 허덕이는 이들의 '고민'이 곧 이 나라의 '현실'인 것같아 안쓰럽다.

하지만 그렇다고 '용기'와 '희망'까지 잃으면 안된다. 어쨋거나 '4050세대' 는 나라의 허리 세대며 사회의 보루(堡壘 )여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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