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공이 깊은 주부라도 설 음식 장만은 부담이다. 특히 차례상을 차려야 하는 가정이라면 더하다. 

장보기, 재료 손질 등 음식 준비과정이 적지 않은 노고와 시간이 소요되는 까닭에 오래 전부터 '명절 증후군'의 주범이라는 별칭도 얻었다.

그래서 매년 치르는 행사지만 다가올수록 내심 걱정도 앞선다.

'간' 맞추기와 '양념'을 제대로 쓸 줄 모르는 요리치 새내기 주부들의 고민은 더 깊다. 하지만 세월이 변해 인터넷만 하면 해결방법을 쉽게 찾을수 있는 세상이 됐다.

떡국은 물론 전류, 동그랑땡 등 냉동 간편식과 제수용품 등 배달 명절음식이 지천이어서다. 그 중심엔 '밀키트'가 있다.

'설 기획전'이라는 이름으로 반값 행사도 널려있다. 가격부담은 상관 없이 밀키트를 활용해 간소하게 보내는 명절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주부들의 죄책감 덜어주는 밀키트'라는 별칭도 붙었다.  '밀키트 땡큐!'인 셈이다. 

밀키트(meal kit)는 식사를 뜻하는 밀(meal) 과 세트라는 의미의 키트(kit) 가 합쳐진 단어처럼 손질된 재료와 양념, 조리법이 함께 포장돼 있다. 간편함이 장점이다. 인기의 원인이다.

우리의 밀키트 시장 규모는 2018년 2670만 달러에서 지난해 2억9520만 달러(약 3940억원)로 10배 넘게 성장했다.

오는 2025년 엔 7253억원으로 예상돼 1조원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배송시스템의 발달에 기인하지만 그늘도 있다.

높은 가격과 폐기물 처리 등 환경 문제다. 그러나 이와 상관 없이 폭풍 성장중이다. 밀키트 새벽 배송이 택배 기사의 과로사를 부추긴다는 지적이 있을 정도니 짐작이 간다.  

얼마전 인크루트가 자사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 준비 계획 설문조사를 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차례상 상차림 준비에 대해 ‘간소화 없이 차례 음식을 직접 다 만들 것’이라는 응답이 28.7%, ‘아예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은 4.6%였다.

‘간소화 할 것’이라는 답변은 66.7%였다. 이 중에는 간편식 또는 밀키트 활용 계획이 다수 있었다.

응답자의 9.6%는 ‘간편식 또는 밀키트 제품으로만 차릴 것’이라고 했고, 응답자의 46.7%는 ‘직접 만들고 간편식·밀키트도 일부 활용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밀키트 활용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짐작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집집마다 고유의 손맛이 사라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물론 기우(杞憂)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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