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끈질긴 '우기기'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중국이 한복과 김치에 이어 이젠 비빔밥까지 자신들이 발원지, 즉 원조라 주장하고 있어서다. 

물론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 하지만 관영매체나 다름 없는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의 황당주장이어서 분노케 하고 있다. 

실제로 비빔밥을 뜻하는 중국어 ‘拌饭’(BanFan)을 바이두 검색창에 넣으면 백과사전 결과에 비빔밥 레시피 등과 함께 ‘발원지역 중국’이라고 쓰여진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여간 분통이 터지는 일이 아니다. 우리의 고유음식 비빔밥은 원래 골동반(骨同飯, 骨董飯) 혹은 화반(花飯)이라 불렀다. 

한자어 골동반은 ‘어지럽게 섞는다’는 의미다. 

비빔밥이 처음으로 등장한 문헌은 1800년대 말 간행된 '시의전서'라는 조리서로 알려져 있다. 

골동반을 '부븸밥'이라 표기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6세기 밥에 고기와 채소를 넣고 비벼 먹던 혼돈반(混沌飯)이 있었던 사실을 감안하면 오래 전부터 우리 선조들이 만들어 먹은 음식임을 알 수 있다. 

음식전문가들은 거기에 더해 조선 말기 음양오행에서 기인한 오방색을 적용시킨 측면도 있다고 한다.

즉 비빔밥에는 우주를 구성하는 다섯가지 색인 흰색,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검정색이 들어있어 우리만의 독특한 음식이라 설명하고 있다. 

섞음의 미학을 통한 색과 맛의 어우러짐이 ‘온갖 꽃이 불타오르듯이 찬란하게 핀다’고 해 백화요란(百花燎亂)이라 부르기도 했다. 

이를 볼 때 ‘K-푸드’로서 비빔밥 명성이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중국은 단순 재료 혼합 레시피를 내세워 자신들을 비빔밥 발원지로 주장하니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바이두는 중국 최대 검색 엔진이다. 사용인구가 14억명에 달한다. 이런 바이두가 중국정부의 '문화공정' 중심에 있다는 것은 세계가 다 아는 사실이다. 

따라서 자국의 이익을 위한 역사왜곡엔 반드시 앞장서며 등장한다. 

김치를 '파오차이'라며 중국기원설을 제기, 국제사회 망신을 자초한 것도 바이두다. 

뿐만 아니다. 바이두는 우리의 전통문화 뿐아니라 안중근, 윤동주 등 역사적 인물에 대한 왜곡정보 제공처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11월에는 윤동주 시인에 대한 바이두 백과사전 설명에 중국 국적의 ‘중국 조선족 애국 시인’이라고 표기한 부분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보다 앞선 작년 9월에는 안중근 의사의 ‘민족 집단’을 조선족으로 표기한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때문에 지속적인 시정요구가 있었으나 아직 '고침'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비빔밥 역시 어려운 싸움이 예상되지만 잘못된 정보를 바꾸려는 항의는 계속 돼야 한다. 

그래야 중화(中華)라며 화이사상(華夷思想)을 극대화하는 중국의 자문화 우월주의 오만도 꺾을 수 있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