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보다는 식보(食補)요, 식보보다는 행보(行補)"란 말이 있다.

걷기가 먹는 것보다 중요하다는 의미다.

와사보생(臥死步生), 즉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라는 말도 그래서 생겨났다.

지식인들의 ‘걷기 예찬론’은 수없이 많다.  

루소는 고백론에서 “나는 걸을 때만 명상에 잠길 수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걷기에 필요한 여가와 자유와 독립은 돈으로 살 수 없다. 걷는 자가 되려면 신의 은총이 필요하고 하늘의 섭리가 필요하다”는 채근담도 있다.

철학자 니체는 “모든 생각은 걷는 자의 발끝에서 나온다”고 했다.

옛 선현들도 걷기와 관련한 많은 경구(警句)를 남겼다.

일일(一日) 일선(一善), 십면(十面), 백서(百書), 천독(千讀), 만보(萬步)가 대표적이다. 하루에 한 가지 선한 일을 하고,열 사람을 만나 덕담을 나누며, 백 글자를 쓰고, 일천 글자 이상의 글을 읽으며, 만보를 걸어라.  

행복한 삶의 필수 조건중 '일일만보(一日萬步)'가 으뜸이라는 뜻이다.

150만년전  ‘호모 에렉투스’ 즉 직립보행 하는 인간이 처음 나타났다는 게 정설이다.

이후 인간의 걷기 속도는 얼마나 진화했을까?

나이 건강 취향에 따라 모두 다르겠지만 보통 걸음으로 계산하면 시속 4㎞ 정도라고 한다.

걷기는 수명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국립암연구소 연구팀은 40세 이후 빠르게 걸으면 수명이 2~7년 늘어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 1주일에 75분 동안 빠르게 걸으면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보다 평균 1.8년을 더 살고 사망 가능성도 19% 줄어든다고도 했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최선의 운동으로 두뇌 발달과 관계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걷기가 건강에 더 없이 좋은 명약임을 새삼 깨닫기에 충분하다.

걷다 보면 몸뿐만 아니라 마음이 맑아지고 생각도 깊어진다.

작은 소리로 읊조리며 천천히 걷기를 뜻하는 미음완보(微吟緩步), '빠르게 걸으면 몸에 좋고(속보이어신 速步利於身), 천천히 걸으면 마음에 좋다( 안행이어심 安行利於心)는 말도 그래서 생기지 않았을까.

걷기는 분노와 화를 다스리는데도 좋다고 한다. '걷기'가 사랑 받고 있는 것은 모두 이런 이유에서 일 게다.

몇년전 아산병원 연구팀은 걷기와 관련한 의미있는 연구결과를 내놓아 관심을 끌었다.

보행속도가 정상보다 느린 노인들의 사망률이 2.54배, 요양병원 입원율은 1.59배 높아졌다는 내용이다. 나이 들어 느려진 걸음걸이가 노인 건강의 적신호임을 증명한 셈이다.

나이를 잊은 꾸준한 걷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한다.

하지만 실천에는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작심(作心)해도 얼마 가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의지 문제지만, 알면서 실천하지 않는 것은 참된 앎이 아니라고 했다.

2024년 새해 걷기 목표를 다시한번 정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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