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부부를 뜻하는 사자성어는 차고 넘친다.

부부가 영원히 헤어지지 않기를 소망할 때 자주 인용되는 '비익연리(比翼連理)'를 비롯, 남편이 노래하면 부인이 따라 한다는 '부창부수(夫唱婦隨)'.

거문고와 비파를 타듯 한다는 여고금실(如鼓琴瑟), 평생을 함께 늙어간다는 백년해로(百年偕老), 하늘이 맺어준 배우자라는 천정배필(天定配匹) 등등.

모두 부부의 사랑을 이야기 하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 모두 결혼을 해야 이루어지는 일이다. 가족(家族) 또한 결혼이 출발점이다. 부부가 자식을 낳아야 구성되는 혈연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동서고금 모두 같다.

유럽 등 선진국은 이런 가족을 '삶의 원천' 1순위로 여기며 소중히 생각한다. 물론 그 중심에는 '아이들'이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불행하게도 가족을 1순위로 꼽지 않는 나라중 하나라고 한다. 지난 2021년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17개 주요국 1만9000명을 대상으로 ‘무엇이 삶을 의미 있게 하는가’를 주제로 국제 설문조사한 결과다.

그렇다면 우리는 삶의 의미 1순위를 무엇으로 답했을까?

'물질적 풍요'였고 '가족'은 세 번째였다. 그래서 그런가? 가족의 시작점인 결혼에 대한 가치관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실제 문화체육관광부의 ‘2022년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 결과’를 보면 더 적나라하다.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은 17.6%에 불과했다. 1996년 첫 조사에서 36.7%였던 이 응답 비율은 조사 때마다 지속해서 떨어졌다.

가족은 출산을 통해 확장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그런 가운데 요즘 청소년들의 결혼 가치관에 대한 조사에선 더 심각한 결과가 나와 우려가 크다.

우리 청소년 10명 중 7명은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결혼하면 자녀를 가져야 한다'는 인식도 19.8%에 그쳤다. 결혼과 출산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이 확연히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14일 발표한 '2023 청소년 가치관 조사 연구' 보고서에 자세히 나와 있다.

이 밖에도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응답이 29.5%에 그쳤는데, 이는 73.2%에 달했던 11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급감한 것이다.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응답도 60.6%에 달했다. 10명 중 6명이 비혼 출산에 동의한 것이다.

비혼 동거에도 10명 중 8명이 거부감이 없다고 답했고, 동성 결혼에 대해서도 52%가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볼 때 결혼과 출산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이 급격히 변해 충격으로까지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성과 결혼·출산·가족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통념에 대한 청소년들의 인식이 기성세대와 사뭇 달라진 것이어서다.

서둘러  청소년들의 달라진 가치관을 반영해 가족·출산·결혼 정책 전반을 손질해야할 시점이 도래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저출산 고령화'시대 또다른 국가적 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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