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공업사에 입사한 지 한 달가량 지난 어느 날 나는 작심하고 사무실로 가서 온순한 말로 건의하였습니다.

"예배드리는 시간을 노동 시간에 합산하여 주시고 월급을 동종의 다른 회사들과 같은 수준이 되도록 하여 주십시오. 그렇게 하면 작업 분위기가 좋아지고 노동 생산성도 오히려 오를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건의하였더니 다짜고짜로 나오는 반응이 험하였습니다.

"이거 우리 회사에 빨갱이 한 명 들어왔구먼. 김 씨 당신 정체가 뭐이여? 뒷조사를 해봐야겠네."

나는 혈기를 죽이고 공손한 말로 답하였습니다.

"나는 그냥 평범한 노동자입니다. 용광로실에서 달포간 일해 보니 일꾼들의 작업 여건이 좋아 이렇게 하면 오히려 회사에 손해일 거 같아 건의하는 것이지 다른 뜻이 있는 거 아닙니다."

그러나 나의 진정은 통하지 아니하고 그날로부터 나는 감시 대상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조직적으로 대처하여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동조자들을 모으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럴수록 회사에서는 아예 나에게 전담인을 한 사람 붙여 감시하였습니다. 하루하루가 분위기가 험하여 가던 어느 날 밤 근무를 하는데 용광로에 조정 작업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철공소에는 용광로가 중요합니다.

파이프가 둘이 있어 한 파이프로는 산소가 나오고 다른 한 파이프로는 기름이 나옵니다. 이들 두 파이프를 잘 조정하여 용광로의 온도를 조정하는 것이 화부가 하는 역할입니다.

그날 밤 3시경 잠시 졸다 깨어 파이프의 계기판을 살폈더니 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다시 조정하려 하였는데 난데없이 폭발이 일어나 온 얼굴에 불길을 뒤집어쓰고 주저앉았습니다.

불길에 머리칼이 타고 얼굴에 화상을 입어 내 꼴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꽝 하는 소리에 다른 부서 일꾼들이 모여들어 "김 씨 많이 다친 거요? 병원으로 가야 되지 않을까요? 하며 염려들 하였습니다.

나는 그길로 집으로 가서 일주일여 앓아누웠습니다. 며칠이 지나니 회사에서 퇴직금과 위로금이란 명목으로 금일봉을 보내오는 걸로 신생공업사에서의 화부 생활은 끝나고 말았습니다.

신생공업사에서 무참하게 망가진 후 곰곰이 생각하니 그래도 교회 공동체에 속하여 선교 운동을 펼쳐야지 혼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해가 바뀌어 장로회신학대학에 다시 입학하였습니다. 내가 신학교로 돌아가니 입학 동기생들이 반갑게 맞아 주며 "김 형이 되돌아올 줄 알았다"며 반가이 맞아 주었습니다.

그러나 동기생들은 2학년으로 올라가고 나는 다시 1학년이 되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내가 선택한 일이니 어쩔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하루는 동기생 중에 결혼하여 학교 부근에서 가정살림하고 있는 동급생 집에서 아기 돌잔치에 초대 받았습니다. 한남대학 출신의 동기와 몇이서 갔더니 젊은 부인이 정성스레 요리한 잔칫상으로 대접 받았습니다.

그런데 식사하고 있는 도중에 아기가 자지러질듯이 울며 열이 뜨겁게 올랐습니다. 젊은 엄마가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하였습니다.

나는 소아마비 열 같은 병인가 염려되어 동기생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아주머니, 혹시 소아마비 열 같은 경우도 있으니 빨리 병원으로 가보는 것이 어떨까요? 내가 나가서 택시 불러올까요?"

하고 진지한 얼굴로 말하였더니 곁에 있던 한남대학 출신의 이 전도사가 차분한 목소리로 "아기를 나에게 주십시오" 하고는 아기를 받아 품에 안고는 이마에 손을 얹은 채로 방언기도를 드리는 것이었습니다.

방언기도를 뜨겁게 드린 후 나사렛 예수 이름으로 병마가 물러갈 줄 믿습니다 하고 아기를 엄마에게 돌려주었더니 금방 아기가 울음을 그치고 열이 내렸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감탄하며 완전히 기가 죽었습니다.

"야!! 방언기도로 단번에 병 고치는 정도가 돼야 하는구나. 앞으로 좋은 목사가 되려면 영적 권세가 이 정도는 돼야지 나처럼 택시 불러 올까요? 하는 수준으로는 안 되겠구나."

이런 감탄이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와 그날 기숙사로 돌아와 방언 전도사께 물었습니다.

"이형, 오늘 놀랬수다. 대단하시던데요. 나도 방언 받아야겠수다. 근데 어떻게 하면 나도 방언 받을 수 있지요?"

라고 심각한 얼굴로 물었습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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