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8장 32절이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자기 아들을 아끼지 아니하시고 우리 모든 사람을 위하여 내주신 이가 어찌 그 아들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주시지 아니하겠느냐"

그래, 하나님께서 아들 예수 그리스도까지 나에게 주셨는데 나에게 방언이 필요하면 방언을 주실 것이고 병 고치는 은사가 필요하면 주실 것이다. 내가 이미 구원 받은 감격이 있고 가슴에 확신으로 임한 은혜가 있지 않는가. 

받은 은혜를 열심히 사용하지 아니한 채로 다른 전도사가 방언하고 병 고치는 걸 보고 그것부터 구하는 건 순서가 틀렸다.

이미 내가 받은 은혜와 확신을 열심히 전하고 그렇게 살면 때를 따라 방언이 필요하면 방언 주실 것이고 병 고치는 은사가 필요하면 주실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일어나 절뚝거리며 산을 내려 왔습니다. 산을 내려오는 길로 동대문 로타리 부근에 있는 그레이하운드 고속버스 터미널로 갔습니다. 그 시절에는 경부선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고속버스 운행이 갓 시작된 때였습니다.

그레이하운드 고속버스 터미널 대합실에 들어선 나는 대합실에서 출발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분들에게 노방전도 하기로 마음먹고 마침 의자 하나가 비어 있기에 신발 벗고 그 자리에 올라섰습니다. 못 받은 방언 구하기 전에 이미 받은 구원을 전하는 전도자로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에서입니다.

빈 의자에 선 나는 웅변조로 전도 설교를 시작하였습니다.

"고속버스 여행을 기다리시는 여러분, 잠시 귀를 빌려 주십시오.

 여러분, 고속도로는 사망의 길이요, 예수 그리스도는 생명길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여러분의 주인으로 영접하여 생명을 얻으십시오."

이렇게 전도 설교를 시작하는데 고속도로 경비원이 지나다 나의 설교를 들었습니다. 서슬이 시퍼렇게 나에게 다가오더니 무조건 내 멱살을 잡고는 의자에서 끌어내려서는 윽박지르듯이 말했습니다.

"메이라고? 고속도로가 사망길이라고? 이 작자가 고속도로 사고 나라고 약 쓰는 기여 메이여?"

하며 나를 내동댕이칠 듯이 나오기에 나는 아차 말을 잘못하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빌듯이 말했습니다.

"하이고 그런 기 아님다. 내가 예수 생명 전하다 실수했습니다. 이거 멱살 좀 놓아주세요"

사정 조로 말하였더니 그는 내 엉덩이를 걷어차며 "당장 꺼져라! 다시 와서 그딴 소릴 하면 다릴 분질러 놓을 테다." 하며 대합실에서 쫓아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쫓겨났음에도 내 마음은 가뿐하고 기분이 상쾌하였습니다. 전도하다 차이고 쫓겨났으니 예수님이 기뻐하실 일을 하였단 마음에 기쁨이 임했습니다. 그래서 혼자 중얼거리듯 말했습니다.

"바로 이거다. 아직 못 받은 은사 주시라고 할 것이 아니라 이미 받은 은혜를 전하면 때를 따라 기쁨 주시고 힘 주시는구나."

이런 마음이 들어 상쾌한 마음으로 동대문을 떠나 신학교 기숙사로 돌아왔습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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