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잘 들지 않는 방에 한 소년이 병들어 누워 있었습니다. 12세, 13세 정도 나이의 소년인 듯하였는데 몸은 젓가락처럼 여위었고 배는 만삭이 된 여인처럼 불렀습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숨을 들이쉬며 방으로 들어가 아이 곁에 앉아 물었습니다.

"애야, 너 왜 이렇니?"

그러나 아이는 눈은 움직이고 숨결은 가쁘게 쉬고 있는데 대답이 없었습니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그냥 돌아설 수 없어 누군가 가족이 오기를 기다렸습니다.

2시간 정도 책을 보다 기도하다 기다렸더니 50대 정도로 보이는 부인이 들어왔습니다. 나를 본 부인이 "누구신지요?" 하고 묻기에 일러 주었습니다.

"나는 이 마을에 전도하러 온 사람입니다. 이 집에 들렀다가 병들어 누워 있는 아이를 보고 발길을 돌릴 수 없어 누군가 가족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부인께서 이 아이의 어머니 되십니까?"

"그렇소이다. 지가 이 애 엄마입니다."

"이 애가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글쎄요. 다섯 살, 여섯 살 때부터 자주 감기를 하기에 그때마다 약국에 약도 사다 먹이곤 하였는데 나았다가 재발했다 하더니 지금엔 죽게 됐습니다."

"그러면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가서 진찰이라도 받았는지요?"

"병원이 뭡니까.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그럴 여유가 있나요. 그냥 아스피린 사다 먹이고 땀 내게 하고 지났는데 두어 달 전부터는 저렇게 배에서 고름이 나오면서 죽게 되었어요."

나는 그 가정의 어려운 사정을 듣고는 말했습니다.

"그래도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 보아야지요. 허락만 해주시면 내가 내일 병원으로 데려가 진찰이라도 받아 보게 하겠습니다. 비용은 제가 마련할테니 허락만 해주십시오."

"그렇게 해 주시면 감사하지만 염치가 없어서..."

"염치라니요. 사람 살리는 일인데 그런 염치 따질 일이 아니지요. 그럼 내일 아침에 제가 다시 와서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가 진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곧바로 학교 기숙사로 돌아와 모금을 시작하였습니다. 방마다 다니며 다짜고짜 헌금에 참여하라 다그쳤습니다.

"신학도 여러분, 주머니 다 털어 내놓으세요. 죽어가는 아이 살리는 일입니다. 이럴 때 헌금 안 하는 사람은 역적입니다."

이렇게 방방이 돌며 모금하였더니 3만원 정도가 모였습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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