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를 ‘피로 사회’라 한다.

틈새 시간에도 무언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만연한 탓이다.

잠시의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 스스로의 착취가 불러온 현상이기도 하다.

그만큼 경쟁이 심화된 사회란 뜻도 된다.

하지만 치열하게 오늘을 사는 사람들이 휴식과 힐링에 나서기란 그리 쉽지 않다.

잠시 ‘쉼’을 가져보려해도 그 때마다 이러저러한 이유가 등장, 가만 놔두질 않아서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무엇을 하도록 강요하는 사회속에 아무 것도 안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렵다.

이러한 통념을 깨려는 ‘이색대회’가 요즘 관심이 높다.

참가자들도 해가 거듭될수록 늘고 있다.

이름하여 ‘멍 때리기’ 대회다.

참가자들은 90분 동안 말도, 행동도 하지 않은 채 누가 ‘멍한’ 상태를 가장 완벽하게 유지하느냐를 겨룬다.

대회 연륜도 10년이나 됐고 서울 부산 수원 지역 가림없이 열린다.

지난달 21일 한강 잠수교 인근에서 열린 ‘멍 때리기 대회’에는 3160개 팀이 참가할정도로 성황이었다.

심사도 특이하다. 졸거나 휴대전화 사용, 잡담, 웃음도 벌점을 준다.

그러면서 심박수를 측정하고 시민 투표와 합산한 결과를 산정해 최종 우승자를 선정한다.

외신은 이러한 대회를 신기해 하며 매년 소개한다. 덕분에 외국인 참가자도 늘고 있다.

‘멍 때리기’는 지친 뇌를 제대로 살리며 뇌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의학계 통설이다.

스트레스 해소와 뇌혈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아이디어 창출을 돕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반면 ‘멍때리기’ 습관을 자주 하게 되면 뇌세포의 노화를 빠르게 해 치매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부정적인 보고도 있다.

이런 습관이 장기간 지속되면 건망증이 심해지고, 불안, 분노, 근심 등의 표현이 잦아지며, 계산 능력과 판단력도 떨어지고, 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때문에 기억력을 높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하루 15분 정도 멍 때리기 시간 투자가 적당하다고 조언도 한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역시 틀리지 않는 가르침이다.

그래서 그런가? ‘멍’을 붙여 ‘때리기’ 하는 종류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피워놓은 불을 멍하니 응시하는 '불멍', 강가나 바닷가에서 아무 생각없이 물을 바라보는 '물멍', 하늘을 보는 ‘별멍’ ‘달멍’ 숲을 바라 보는 '숲멍' 바람을 즐기는 '바람멍' 등등 때리기 앞에 이름만 붙이면 동아리가 탄생한다.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피로 디톡스를 위한 ‘쉼표’ 찾기 노력, 어딘지 의미 있어 보인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