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는 대안교육의 명문 하면 발도르프 학교를 꼽는다.

1920년께 인지학의 창시자 독일의 루돌프 슈타이너 (Rudolf Steiner)가 설립했으니 꽤 오래됐다.

여기서 가르치는 교육은 아이의 지적 측면 뿐아니라 정서 및 내적 발달을 중시한다.

그래서 정규교과 과정을 뛰어넘는 대안학교로의 인식이 높다.

우리나라에도 대안학교라는 이름으로 전국에 많이 분포돼 있다.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70여개 국가에 1857개의 발도르프 유치원과 1092개의 발도르프 학교가 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현재 캘리포니아에는 3개의 발도르프 학교가 있다.

2022년 현재 약 4790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유치원의 학비가 월 2000달러, 고등학생은 월 3000달러가 넘는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학부모들은 대부분 실리콘밸리 등지의 유명 IT기업의 임직원들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정규 교과과정에서 뒤처지는 자녀를 대안학교 형태의 이곳에 보내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중독의 폐해를 막기 위함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알려진 것처럼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특히 저학년의 경우 철저하게 디지털 화면을 배제한다.

그 대신에 촉각, 미각, 청각, 후각, 시각의 오감을 강조하며, 종이책을 가까이하도록 하는 교육이 어린아이들의 뇌 성장을 균형있게 만든다고 생각해서다.

IT산업의 메카 실리콘밸리 상류층 부모들이 자녀들을 ‘클릭 라이프’에서 해방시키려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를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지난해  ‘8초 인류'라는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고 지금도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의 언론인 ‘리사 이오띠(Lisa Iotti)’가 쓴 이 책에는 현대의 인류가 어떤 사안에 8초 이상 집중하지 못한다고 적고 있다.

2000년에는 12초였는데,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고 나서는 8초로 떨어졌단다.

하지만 8초는 2015년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진이 발표한 시간이니 더 줄어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4초나 5초쯤.

책에는 특히 유튜브, 인스타그램, 그리고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의 폐해에 대한 고발도 예사롭지않게 적시하고 있어 많은 공감을 샀다.

스마트폰이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인지능력이 감소한다는 사실은 이미 정설로 굳어져 있다.

그래서 '두뇌유출'이라는 말도 생겼다. 디지털 중독에 빠진 현대인들을 빗대 머지않아 우리 뇌 한부분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경고도 나온다.

‘추정과 사고를 하는 대신에 휴대폰의 정보를 검색하는 일만을 반복한다면’이라는 전제가 붙긴 했지만 살벌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이런 경험을 해오고 있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한 양의 정보에 노출돼 있지만 집중력이 8초로 낮아진 탓에 뇌에 저장하는 내용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일상의 두가지 일만 보아도 그렇다.

머릿속 기억에 담아 두었던 많은 전화번호와 주소는 이미 스마트폰 속으로 옮겨갔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새로운 길을 만들고 어딘가 목적지를 찾아가던 기억도 내비게이션에 뺏긴 지 오래다.

점점 기억력과 인지능력은 쇠퇴하면서 반면 우리를 지배하는 스마트폰의 연결성은 확대되니 나부터 걱정이다.

‘8초의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스마트폰 화면 대신 종이책을 읽으라는 제안이 공감가는 것도 이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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