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연령별 '알코올 의존증후군' 조사에 나선 바 있다.

코로나 격리기간 동안 대규모 술모임이나 술자리가 줄었지만, ‘혼술’과 ‘홈술’이 늘자 어느 세대가 과음과 폭음을 얼마나 하는지에 대한 조사였다.

어느 연령대가 가장 빈도가 높았을까?

50대였다. 거의 매일 마신다고 응답한 비율이 최고였다. 50대는 27.6%가 알코올 중독 수준이었다. 비교군이라 할 수 있는 40대는 22.3%, 60대가 21%였다.

2020년 당시 치료를 받고 있는 4만5795명의 ‘알코올 의존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하지만 일반 애주가들 또한 정도만 약할 뿐 분포와 빈도면에 있어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일반론이다.

술 권하는 사회의 산물이겠지만 워낙 술 마시기를 좋아하는 우리네 습성도 한몫 한 탓일 게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달리 술 잘 마신다는 자존감이 강하다. 그래서 생겨난 용어도 있다.

‘술부심’. 자부심을 연상하면 금방 이해가 간다. ‘소주 너댓병은 너끈하다’ ‘도수가 약한 술은 안취해’ 등등.

‘자랑할 것이 없어 주량객기냐’ 라는 빈정거림도 있지만 세대에 관계없이 주량은 주당들의 계급장이 된 지 오래다.

파생된 ‘술부심’도 많다. 무조건 특정 소주만 마신다는 소주  선호 부심에서부터 일정한 알코올 도수만 챙겨 마시길 고집하는 프로(%)부심, 병 색깔만을 선호하는 병부심등등.

'젊은이들 사이에선 유행어로 통한다. 그러면서 술값을 놓고 음주 배틀도 벌인다. 남녀 구분도 없다.

덕분에 대한민국 술 소비량은 1990년대부터 최근까지 내내 세계 최상위권이다.

소비 주종도 소주 맥주 막걸리가 여전히 대세다. 반면 애주가층에 여성이 가세하고 신세대가 동참하면서 다품종 소량생산 술들도 소비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술 문화도 변하고 있는 것이다 ‘주류불문’ 과음보다 프리미엄 술을 맛있고 적게 마시자는 소비 패턴이 자리잡고 있어서다.

그중엔 수제 술들도 포함된다. 자신만의 술을 담가 즐기려는 동호인들도 보편화 됐다.

‘취하는 것’보다 ‘재미’, ‘신선함’과 ‘맛’을 따지는 풍토 확산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여전히 과음사회를 염려하는 사실도 존재한다.

값이 비싸 5060들이 홀짝홀짝 마신다는 스카치·버번·라이 등 위스키 수입량이 지난해 2만7038t으로 전년 1만5662t과 비교해 72.6% 급증했다는 엊그제 보도다.

수입액도 약 3400억원로 전년 대비 52.2% 늘었다. 수입량은 2002년, 수입액은 2007년 이후 최대치다.

이런 현상이 2030세대의 가세 때문이라고 하니 이러다간 양주매출이 소주매출을 넘어서는 것도 시간문제인 것같다.

한국인의 전체 취향이 바뀌지 않는 한 우려가 현실이 되진 않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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