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속량 곧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에베소서 1장 7절)

대학을 졸업한 지 2년이 흘렀을 때였습니다. 정확하게는 1968년 12월 4일 밤입니다. 그날 밤에 철학과 선배인 홍응표 형과 교육과의 최광수 선배와 함께 에베소서를 함께 읽었습니다. 그해 여름에 홍응표 선배를 우연히 만났더랬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철학과 2년 선배인 홍형은 나를 만나면 묻곤 하였습니다.

"김진홍 자네 거듭났어? Born Again 했어?"

하고 물었습니다. 그럴 때면 나는 대답하곤 하였습니다.

"아니 홍형, 형이상학을 공부하는 철학도께서 그런 유치한 질문을 하세요. 좀 더 본질적으로 나갑시다"

그렇게 답하면 홍형은 답하였습니다.

"예수를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모시는 것보다 더 본질적인 것은 없는 기여. 철학에는 질문만 있지 정답이 없는 걸 자네도 알지 않는가. 철학은 질문이고 예수는 정답인기여.'

그런 대화를 나눌 때면 나는 그가 열정은 있지만 지적으로는 좀 낮은 사람이라 여겼습니다.

내가 계명대학의 조교로 있으면서 심한 방황을 계속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홍응표 선배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나를 만난 홍형은 반색을 하며 다방으로 가서 차 한 잔을 하자며 앞장섰습니다. 차 한 잔을 시켜 놓고 홍형은 여전히 물었습니다.

"어이 진홍이, 거듭 났어?"

내가 실소를 지으며 "선배님은 학생 때나 지금이나 여전하시네요. 어떻게 단세포로 된 사람처럼 그 질문하고 사십니까?" 하였더니 본인도 웃으며 말했습니다.

"글쎄, 난 왠지 진홍이를 진짜 크리스천이 되게 하여 복음 전하는 목사가 되게 하는 사명이 있는 것 같아. 내가 다른 일은 못하여도 진홍이 자네를 목사가 되게 하면 그것만으로도 내 사명을 다하게 될 것 같아. 자네가 목사가 되면 다른 목사 100명보다 더 큰 일을 할 것이야."

그런 말을 지나가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진지한 얼굴로 심각하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정성에 마음이 움직여 "좀 더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어 봅시다" 하고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한 시간 가량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에 홍형이 말했습니다.

"진홍이 자네가 1주일에 하루만 시간 내주게, 함께 성경공부 하세. 자네가 그렇게 해 준다면 내가 자네 생활비라도 대주겠네."

내가 말했습니다. "말은 고맙지만 내 생활비야 내가 알아서 하는 것이지 형이 왜 신경 씁니까? 그러나 형의 지극정성이 맘에 들어 1주일에 한 번 저녁 시간으로 시간 낼게요" 하고는 매주 월요일 저녁에 만나기로 하였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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