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 상대 비방 선정적 문구 ‘점입가경’

- 국민혼란·사고위험·시야방해·민원폭주 야기

- 국회 책임인 만큼 결자해지 나서야

 

다시한번 ‘정치 현수막’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사고위험, 시야방해를 떠나 점점 거리의 무법자며 애물단지로 변하고 있어서다. 철 지난 현수막도 아니고 때마다 바뀌는 현수막인데 국민들은 볼 때마다 짜증이 난다. 법 만드는 기관이라고 자신들 입맛에 맞게 법을 고쳐 현수막을 통해 국민들을 호도하기까지 하니 참을 수조차 없다.

문구는 또 얼마나 선정적이고 폭력적인가. 최근엔 ‘깡패’ ‘매국노’ ‘감옥’ ‘탄핵’ ‘이완용의 부활’같은 자극적 어휘도 등장,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심지어 학교 앞마저도 아랑곳 하지 않는다. ‘이재명판 더 글로리’ ‘정순신판 더 글로리’ ‘검사 아빠 찬스, 검사독재 찬스’라는 조롱과 악담이 포함된 선정적 현수막도 제재없이 걸린다. 학생들 보기가 민망할 정도다. 한두 개도 아니고 수십 개씩 도로 곳곳 목 좋은 곳을 차지하고 있다. 보는 시민들은 ‘소리없는 전쟁터’라는 표현을 쓸 정도니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여야가 서로 헐뜯고 비방하는 현수막이 경쟁적으로 내걸리게 된 데는 국회의 책임이 제일 크다.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을 바꾸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민철 의원 등 야당의원 3명이 대표 발의해 통과된 이 법은 정당 현수막의 수량·규격·장소부터 신고·허가 절차까지 모든 제한을 없애버렸다. 

덕분에 지자체 허가 아래 지정된 곳에만 걸 수 있었던 정당 현수막이 아무 곳에나 15일간 자유롭게 걸릴 수 있게 날개를 달았다. 내용도 ‘통상적 정당 활동’이란 모호한 범주로 규정해 사실상 아무 문구나 마음대로 내걸 수 있게 됐다. 지자체가 단속을 할 수 없도록 ‘대못’을 박은 것은 물론이다. 

당초 법 개정 취지는 ‘통상적인 정당 활동을 보장한다’는 거였다. 정당법이 정치적 홍보활동을 보장했는데, 왜 ‘옥외광고물법’이 이를 규제하느냐는 지적이 있어서였다. 본질은 이런 데도 날개가 달리자 무소불위(無所不爲)로 변했다. 자유를 방임으로 치부하더니 석달만에 거리를 오염시키고 있는 것이다. 역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선 ‘머리좋은 정치인’이 된다는 비아냥을 들으면서 말이다. 민생을 챙기기보다 국민에게 짐을 지우는 공해가 돼버린 정치가 슬프고 부끄럽다.

이쯤되면 적반하장(賊反荷杖)도 유분수라 할 수 있다. 국민이 위임한 권한을 가진 자들이 그들 입맛에 맞게 사용하는 후안무치(厚顔無恥)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정당의 홍보활동이 오히려 정치 혐오를 키우고 분열을 조장하는 한심한 현실. 이것이 바로 우리 정치의 수준이다. 현수막을 통해 더이상 여의도 정치권같은 볼썽 사나운 정쟁이 국민의 일상에 파고들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원죄를 저지른 국회가 나서서 자신들만의 '현수막 굿판’을 걷어 치우도록 해야 한다. 국회에서 박은 ‘대못’으로인해 지금으로서는 결자해지(結者解之)말고는 답이 없어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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