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師說)’  1300여년 전 중국 당나라의 사상가 한유(韓愈)가 지은 책이다. 그는 글에서  참 스승의 가치를 이렇게 읊었다.

“아! 스승의 도(道)가 전해지지 않은 지 오래되었구나. 사람들로 하여금 의문이 없게 하려 해도 어려운 일이구나. 옛날의 성인은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났지만 오히려 스승을 따라 물었는데 오늘날의 많은 이들은 성인보다 훨씬 뒤떨어지지만 스승에게 배우기를 부끄러워한다. 이런 까닭에 성인은 더욱 지혜로워지고 어리석은 이는 더욱 어리석어지니 이런 까닭은 모두가 여기서 나온 것이리라”

그러면서 ‘사자, 소이전도 수업 해혹야(師者, 所以傳道 受業 解惑也 : 스승은 도를 전하고 학업을 주고 의혹을 풀어주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경사이우 인사난우(經師易遇 人師難遇: 이는 경전의 뜻을 푸는 스승은 만나기 쉬우나, 사람의 도리를 알게 해주는 스승은 만나기 어렵다)'고 했다. 스승의 사명을 새삼 되새겨 보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스승의 도리를 예기(禮記) 학기(學記)편에선 이렇게 말하고 있다. '올바른 길로 이끌되 강제로 끌어당기지 않고, 세게 다그치되 짓눌리지 않게 하고, 문을 열어주되 끝까지 데리고 가지 않는다. 이끌되 당기지 않으니 부딪침이 없고, 다그치되 짓누르지 않으니 어려움이 없고, 열어주되 끝까지 데리고 가지 않으니 스스로 사고하지 않을 수 없다.’

선생을 배출하는 사범대학의 사범(師範)은 ‘학위인사(學爲人師: 공부는 다른 사람의 스승이 됐고), 행위세범(行爲世範: 행동은 세상의 모범이 됐다)’에서 나왔다고 한다. 선생님이 되자면 학식도 높아야 되지만 ‘스승’ 곧 진정한 선생님이 되려면 학문은 물론 말과 행동도 다른 이의 모범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스승의 도리가 있는데 제자의 도리가 없을 수 있겠는가.

조선시대 율곡 이이(李珥)선생의 학교모범(學校模範)에는 ‘스승을 쳐다볼 때 목 위에서 봐선 안 된다. 선생 앞에서는 개를 꾸짖어서도 안 되고, 웃을 일이 있더라도 이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 스승과 겸상할 때는 7푼만 먹고 배부르게 먹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성균관 ‘학칙’에도 ‘길에서 스승을 만나거든 두 손을 머리 위로 쳐들고 길 왼쪽에 서 있어야 하고, 말을 타고 가거든 몸을 엎드려 얼굴을 가리고 있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모두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가 됐다. 지금처럼 스승과 제자의 도리가 땅에 떨어진 마당에 거론 자체가 어불성설일 정도다. 

엊그제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에서 교사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망 경위를 파악 중이라 아직 단정 짓지는 못하지만, 학부모 민원에 시달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이보다 며칠 앞서 초등학교 6학년생의 무차별 교사 폭행사건이 터진 이후 발생한 일이어서 교권침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마침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한 적이 있다고 답한 교사가 87.0%나 됐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매년 증가하는 교권침해와 무관치 않다. 지난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교원의 교육 활동 침해 사건은 모두 5740건으로 밝혀졌다. 연도별로는 2018년 2244건에서 2019년 2435건, 2020년 1081건으로 증가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으나 2021년 1학기에만 1215건으로 다시 증가했다. 

교권침해 유형별로는 ‘모욕 및 명예훼손’이 50% 이상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처리 건수는 520건으로 2016년 이후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교권침해의 주체는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241건으로 1위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5월10일 발표한 ‘2022년도 교권 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 보고서’에서다 .유형은 수업 방해(34.4%)가 가장 많았다, 이어 폭언·욕설 28.1%, 명예훼손 20.3%, 폭행 9.4%, 성희롱 7.8% 순이다.

덩달아 명예퇴직 규모도 늘고 있다. 지난 2005년 879명에서 2021년 6594명으로 7.5배 증가했다. 한국 교단의 시태가 이런데도 당국은 교사들의 열정이나 사명감에만 의존하는 교육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누구의 잘 잘못을 떠나 한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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