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데카르트(René Descartes)가 말했습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라틴어로는 'Cogito ergo Sum'입니다.

이 말을 흉내 내어 철학자들이 쓰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방황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고 표현합니다. 나의 방황 끼는 유별났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이미 방황 끼가 발동하여 가출(家出) 하였습니다. 고등학교 2 학년 시절이었습니다.

사는 것이 지루하고 공부도 하기 싫어져서 여름 어느 날 칫솔 하나 윗주머니에 꽂고 헤르만 헷세 시집 한 권 들고는 대구역에서 부산행 완행열차에 올라 삼랑진역에서 내렸습니다.

삼랑진에서 낙동강 강둑을 걷고 걸어 남지를 지나 진해에까지 갔습니다. 진해에서 한 식당에서 심부름꾼으로 얼마를 있다가는 다시 걸어 진주를 지나 통영까지 갔습니다.

진주에서 이런저런 허드렛일을 하다가 배를 타고 여수로 갔습니다. 여수 순천을 지나 전라도 황톳길을 걸으며 청록파(靑鹿派) 시인 박목월의 〈나그네〉를 읊었습니다.

"강나루 건너서/밀밭 길을/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길은 외줄기/남도(南道) 삼백리/술 익는 마을마다/타는 저녁놀/구름에 달 가듯이/가는 나그네"

황톳길을 걷다 날 저물고 배고파지면 마을에 들러 농사일을 거들며 며칠을 지나다 다시 옮기곤 하였습니다.

그렇게 방랑하는 날들이 길어지면서 바늘 장사를 시작하였습니다. 바늘 한 첩에 12개가 들어 있습니다.

도매상에서 구입하여서는 마을 마을을 다니며 팔기도 하고 바늘 한 첩을 주고는 한 끼를 때우곤 하였습니다.

농가에서 밭매기, 모심기를 돕다가는 하늘이 높푸르고 구름이 흐르는 날이면 다시 옮기곤 하였습니다. 하늘에 떠 있는 흰 구름을 보며 헬만 헷세의 시 〈피에졸레〉를 흥얼거리곤 하였습니다.                                    

"머리 위 푸른 하늘로 흐르는 구름이/내게 손짓한다. 고향으로 가라고./고향으로, 그지없이 먼 저편으로/"평화와 별의 나라 머나먼 곳으로/고향이여, 너의 푸르고 아름다운 바닷가를/영영 볼 수 없단 말인가./허나 여기 남쪽 나라 어딘가에/나의 잃어버린 고향을 만날 수 있으련만"

그렇게 다니기를 일 년 반이 지난 어느 날 여수 오동도 섬에 이르러 동백나무 아래 무릎을 꿇어 앉아 기도드렸습니다.

"예수님, 저 이제 그만 다니고 나를 기다리는 어머니가 계신 대구 집으로 가서 공부할랍니다." 그래서 여수항에서 통영 가는 배를 타고 통영에 내려 걷고 걸어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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