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세월을 무전여행에서 돌아오니 어머니께서 눈물을 훔치시며 기뻐하셨습니다. 나는 어머니 앞에 무릎을 꿇고 말씀 드렸습니다.

"어머니, 나 이제 그만 다니고 공부할랍니다. 그간에 어머니 속 썩여서 죄송합니다. 이제부터 학교도 열심히 나가고 교회도 열심히 다니겠습니다."

이렇게 여쭈었더니 어머니께서 눈물을 훔치시며 말씀하셨습니다.

"그래, 내 기도 응답이다. 그간에 새벽마다 하나님께 너가 돌아오게 해달라고 기도 드렸다. 넌 공부해야 할 사람이다. 너희 아버지가 숨지기 전에 특별히 너를 공부시키라고 부탁까지 하셨다. 너는 열심히 공부하면 크게 될 꺼다. 내가 굶어도 너 공부는 밀어줄테니 열심히 해라."

나는 어머니께 '우선 공부할 책을 사야 하니 책값을 구해 주십시오." 하고 여쭈었더니 어머니께서 "그래, 책값이 얼마나 되겠냐" 하시기에 "그간에 책을 놓고 지났으니 우선 영어와 수학 참고서부터 사서 밀린 공부를 독학으로 공부하기 시작해야겠습니다. 아마 3만원 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고 여쭈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래, 오늘은 자고 내일 나가서 책값 구해 올게. 피곤할테니 푹 자그라." 하셨습니다.

다음 날 어머니는 새벽기도 마친 후 바로 나가시더니 저녁 8시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셨습니다.

나는 혼자 공부하며 어머니께서 책값 구하러 다니시다 교통사고라도 나셨나 염려하는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

밤 8시가 지나 어머니가 돌아오셔서, "너 책값 구해 왔다. 이 돈으로 책 사다 열심히 공부해라" 하시고는 일찍 잠자리에 드셨습니다.

나는 감사를 표하고 내일 서점으로 가서 책 사야지 하고는 읽던 책을 계속 읽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주무시는 어머니께서 머리에 수건을 쓰고 주무시는 것을 보고 어머니는 왜 주무시면서 수건을 쓰신 채로 주무실까 하여 수건을 벗겨 드리다가 소스라치게 놀랐습니다.

어머니 머리에 머리카락이 없었습니다. 마치 비구니처럼 맨머리였습니다. 그때 나는 깨달았습니다.'

어머니께서 책값을 구하시려 온종일 친척 친지 집을 다니시다 구할 수 없게 되니까 가발 가게로 가서 머리카락을 파신 게로구나. 그래서 밤늦게 들어오신 게로구나.'

그렇게 사태를 짐작하고 나서 눈시울이 찡하게 감동이 임했습니다. 이런 어머니를 위해서 밤낮없이 공부하여 꼭 성공하여 어머니께 보답하여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다음 날 서점으로 가서 2권의 책을 구입하였습니다. 서울대학교의 유진 교수가 집필한 '영어구문론(English Syntax)'이란 책과 '수학 정석'이란 책이었습니다.

나는 그날로 이발관으로 가서 머리를 율부린너 스타일로 싹 밀고는 들어 앉아 영어구문론을 읽기 시작하였습니다.

마음을 집중하여 7차례를 정독하였습니다. 그러고 나니 그 책의 내용을 훤하게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명사라면 몇 페이지, 전치사는 몇 장 몇 절이란 식으로 꿰뚫게 되었습니다.

2년여 후에 지금 수능 시험과 같은 실력 고사를 치를 때에 영어 시험 시간에 60문제가 출제되었는데 영어구문론에 없는 문제는 2문제 밖에 없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성적으로 대학에 들어가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할 수 있게 되긴 하였는데 심각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짧은 기간에 대학 입시 공부에 몰두하느라 잠을 줄이기 위하여 잠 안 오는 약을 밤마다 먹고 밤샘하듯이 하며 공부하였습니다.

그때 먹은 약이 카페나란 약이었는데, 그 약이 부작용으로 위장 장애가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대학 생활을 하는 중에 얼마 지나지 않아 위장병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소화 기능이 떨어져 6 개월 이상 죽을 먹으며 지나게 되니 꼴이 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위장병이 심해지면 나중에 엉뚱한 생각이 들게 됩니다. 차라리 팔이나 다리 하나가 없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생각을 할 만큼 위장병으로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니 의지력이 약하게 되고 신경쇠약 같은 증세가 생기고 불면증까지 왔습니다.

몸이 약하여지면 마음도 약해집니다. 염세주의에 젖어 들게 되고 자살을 생각하는 상태에까지 이르렀습니다. 더욱이나 내 전공이 철학이었던지라 회의와 방황이 날로 깊어졌습니다. (계속)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